지난 6월 18일, 안성시의회에서 「공공시설 내 청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등 지원 조례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청각장애인의 청취 편의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시도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며, 그 취지에 깊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조례에서 사용된 용어 중 ‘텔레코일존시스템’이라는 표현은 국제표준과 기술적 정의에서 벗어난 잘못된 명칭입니다. 이 용어는 향후 정책 시행과 시설 설치 과정에서 혼란을 유발할 수 있어, 조속한 용어 정비가 필요합니다.

먼저, 텔레코일(T-coil)은 보청기나 인공와우 기기에 내장된 작은 수신기입니다. 반면 히어링루프(Hearing Loop)는 강당, 회의실, 은행 창구 등 특정 공간에 설치되어 음성 정보를 자기 유도 방식으로 송신하는 설비 시스템입니다.

이 둘은 기능과 구조가 전혀 다르며, 결코 하나의 시스템으로 병합되어 표현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코일존시스템’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면, 수신기와 송신 시스템을 혼동하게 되어 기술 설계, 설치, 유지관리, 안내 문구에 이르기까지 일관성을 잃게 됩니다.

국제표준 IEC 60118-4는 이 설비를 ‘Induction-loop system’ 또는 ‘Audio-frequency induction loop system(AFILS)’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과 사용자 중심 캠페인에서는 ‘Hearing Loop(히어링루프)’라는 표현이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평등법(Equality Act), 미국 장애인법(ADA), 호주의 장애접근권 기준 등에서도 모두 ‘Hearing Loop’라는 명칭이 사용되며, 글로벌 제조사인 Ampetronic, Listen Technologies는 물론 국제히어링루프제조사협회(IHLMA) 역시 이 용어를 공식 용어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 사용자에게도 이 명칭은 훨씬 더 친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입니다.

보청기나 인공와우 착용자에게 “T코일 모드로 전환해 주세요”라고 안내할 때, “히어링루프 시스템이 작동 중입니다”라는 표현이 가장 자연스럽고 일관된 맥락을 형성합니다.

사단법인 히어사이클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제표준과 사용자 중심 설계가 연결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안성시 공공시설 내 청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등 지원 조례 제2조 2호 및 6호의 ‘텔레코일존시스템’이라는 표현을 ‘히어링루프 시스템’으로 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향후 관련 지자체 조례나 국가 기준 수립 시, 국제표준(IEC 60118-4)을 반영하고, 기술표기와 사용자 안내 간 혼동이 없도록 공식명칭(히어링루프)과 기능 안내(T-coil)를 병기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셋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같은 전국 단위 연대기구도 이와 같은 표준 용어 정착에 함께 힘을 모아주신다면, 정책과 현장의 격차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책의 시작은 언어입니다. 정확한 표현이 설계도, 안내문, 사용자 신뢰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조례는 이미 방향이 매우 바람직합니다. 이제는 명칭만 정의하면 됩니다.

'히어링루프'라고 정확히 부를 때, 청각장애인의 접근권은 비로소 현실이 됩니다.

2025. 06. 20.

사단법인 히어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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