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이하 BF)’ 인정심사는 편의증진법에 의거, 보건복지부와 국토부가 2년마다 주무부서 업무를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현재 10여 개의 BF 인정 심사기관을 선정하여 활발하게 인정심사와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한두 개소의 인정기관을 늘려 왔으나, 아직도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부족하다는 말은 심의를 신청하고 나서 심의가 완료되기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인정기관 개수가 부족하여 업무가 밀린 결과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심사가 오랜 기간이 걸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BF 인정 심의를 해서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인정기관을 지정받고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심의를 할 목표 건수를 적게 잡고 있는 것이 첫째 이유다. 수익이 좋다면 얼마든지 확장하여 사업을 늘렸을 것이다.

다음 이유로는 신청자가 심사나 심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서이다. 보완 서류를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시간이 늘어지는 것이다.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을 충족하는지 서류로 충분히 판독이 가능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심의 신청자가 도면 서류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지식이 부족하거나, BF 인정 컨설팅업체가 제대로 서류를 갖추려고 해도 현장에서 컨설팅에 맡겼으니 적당히 알아서 해 달라며 충실하게 서류를 준비해 주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진입 도로가 있는데, 경사가 조금 있다고 말하면 그 경사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경사 각도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므로 구간별로 레벨을 일일이 상세하게 적어 주어야 하는데, 도면은 선을 그어 길만 표시하면 인정기관은 심사를 보류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보완 서류를 빨리 충족하는지가 관건이다. 신청자는 체크한 것이 충족하였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간략하거나 수치가 모순된 도면으로 심사를 받으려고 한다.

다음으로 정부의 의견대로 BF 심사를 할 기관 수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수가 늘어나면 신청이 밀린 기관을 피해 좀 빨리 처리가 될 BF 심의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업은 완공까지 하루하루가 돈과 직결된다. 공사를 빨리 마치고 비용을 빨리 회수하지 않으면 많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며칠이 지연되면 수억 원의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니 심의가 빨리빨리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에 항의할 것이고, 이런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는 최소한 심의기관이 18개소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기관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 기관의 인력을 늘려 많은 심의를 진행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해결책의 하나이다.

지난해 BF 인정심의기관 간의 조정 기능을 위해 한국장애인개발원을 운영기관으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신규로 추가 기관 선정을 했는데,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는 BF 심의기관으로 선정되고, 대한건축사협회는 탈락하였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의 시험을 관리하고 보수교육을 하고 있으며, 건축사들은 의무적으로 회원이 된다. 건축사들이 BF 심의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인데, 그 건축사들의 대표 단체가 BF 심의기관이 된다면 선수 대표가 심판을 보는 것과 같다는 우려로 인해 선정에서 제외됐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시공기술사도 건축사와 같은 BF 심의 신청자이거나 조치계획을 반영해야 하는 사람으로 그 협회가 BF 심의기관이 되었으니 우리라고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시공기술사는 협회와 구속 관계가 약하고, 규모도 작아서 이를 고려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대한건축사협회에게도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해석한 것이다.

BF 심의기관들은 보통 BF 심의만 업무로 하지 않는다. 에너지. 친환경 등 건축과 관련된 각종 인정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BF 심의가 다른 인정과 별개이지만 패키지처럼 사업적으로는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종 인정심의를 한다는 것은 그 기관의 지위와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들의 공적 역량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월 총회에서 정관 개정안을 상정하여 BF 인정심의와 녹색건축, 제로에너지 인정 등의 인정심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통과시켰다. 그리고 국토부는 정관 개정을 승인했다.

국토부는 정관 개정안을 승인하였지만, 국민들은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협회는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역량을 넓히는 것이고, 협회가 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더 많아진다고 말하지만, 건축사의 업무에 직접적으로 인정심의라는 행위를 통하여 통제력이 강화될 수 있다.

그리고 협회가 인정기관인데 건축사들이 다른 기관을 선호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 등을 위한 시설 확충이 공공성을 갖기보다 오히려 한 기관의 역량을 영업에 활용함으로써 상업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까지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대지 환경이 어려움이 있어 되도록 편의시설을 기피하려고 쉽게 심의를 받으려고 했던 신청자들이 이제는 회원으로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그러면 인정기관이 이용자 중심이 아니라 건축사나 공급자 중심의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도 충분히 상상이 된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직접 심의기관이 되어 심의를 하면 공적으로 더 발전되고, 다른 기관이 하고 대한건축사협회가 하지 않으면 공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거나, 질의 저하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명감을 내세우며 당당하게 인정기관으로 변모하려 하고 있다. 다른 기관들은 적자를 보아도 많은 건축사들의 집합체인 협회가 직접 하면 대형 시장의 진출로 시장을 잠식하여 당연히 흑자 운영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약회사협회가 식약처 업무를 대행하겠다는 것과 같아진다.

복지부는 현재 공고 제2025-450호를 통해 BF 인정기관 지정 신청을 받고 있다. 매년 인정심의기관을 늘렸으나 수의 증가와 인정 절차의 시간 단축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다시 수를 늘리는 것이라면 부처의 판단으로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BF 인정심의 기관을 선정하는 업무를 맡은 운영위원회에서 대한건축사협회를 선정한다면 건축 전문가라는 헤게모니로 질서는 무너지고,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보다 건축을 하는 인정심사를 받아야 하는 회원들의 편의제공처가 되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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