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의 마련은 법적 근거를 갖춘 국가의 의무사항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1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5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하여 특별교통수단을 일정 기준 이상 확보해야 하며, 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 이상의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할 의무가 있다. 이 법적 근거는 단순한 행정 권고가 아니라, 실질적인 교통권 보장을 위한 최소 기준이자, 이동의 자유를 위한 기초적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일상생활과 사회참여의 기본적인 전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하지 않다.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장애인에게는 특별교통수단이 필수적인 이동수단이지만, 지자체별 격차와 제도적 한계가 뚜렷하다.

우리나라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현황

2024년 기준 전국의 특별교통수단 평균 보급률은 293.40%로 법정 기준을 초과하였으나, 지역 간 격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1,653.82%의 보급률로 법정 기준의 16배를 초과하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인천시는 89.80%로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 간 보급률의 편차는 최고와 최저 간 약 18.4배에 달하며, 장애인의 실질적인 이동권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저상버스 도입률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전국 평균 도입률은 31.80%에 불과하며, 서울시는 65.78%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반면 충청남도는 13.85%로 저조한 도입률을 나타내고 있어 장애인의 대중교통 접근성에 큰 지역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광역버스나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의 저상버스 도입률도 낮다. 경기도 기준, 광역버스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약 11.2%에 머물고 있으며, 시외버스에는 저상버스가 거의 없다.  일반버스의 출입구 높이가 90cm 이상인 반면, 저상버스는 30~35cm로 휠체어, 유모차 사용자 등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

특히 일반버스는 계단 구조로 인해 휠체어나 보행보조기 사용자가 탑승하기 매우 어렵고, 대부분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물리적 보장구가 없는 경우 탑승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는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주변인의 도움 없이는 대중교통 접근이 불가능한 구조이며, 이로 인해 사회활동 제약, 의료서비스 접근 지연 등의 2차 불이익이 발생한다.

 여기에 현재 우리나라는 지하철이 설치된 도시지역의 장애인에게는 무임승차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하철이 없는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교통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비지하철 지역에서는 특별교통수단이나 저상버스 보급이 미흡하고, 무료 또는 할인 혜택도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이동권 격차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하철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의 장애인을 위한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 확대, 교통비 바우처 제공, 특별교통수단의 무상 이용 범위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도시지역에서는 지하철 무임승차 외에도 시내버스 요금 할인, 이동보조기기 탑승 편의 향상 등 다양한 교통 접근성 향상 정책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특히 농어촌, 산간 등 비도시 지역의 장애인은 도시지역에 비해 더욱 열악한 교통환경에 놓여 있다. 많은 비도시 지역은 일반 대중교통 수단 자체가 부족하거나 존재하지 않으며, 특별교통수단도 충분히 배치되지 않아 장애인은 장거리 이동이나 일상적인 외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별교통수단이 전혀 운행되지 않거나, 단 한 대의 차량으로 수십 명의 대상자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 장애인은 스마트폰 앱이나 온라인 예약 시스템 접근이 어려워, 교통 이용 자체가 제한되는 정보 격차 문제도 함께 나타난다. 이로 인해 비도시 지역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과 의료서비스 접근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외국의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사례

외국의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은 차량 설계에서부터 접근성과 안전성을 철저히 고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차량은 휠체어 탑승을 위한 리프트나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으며, 차량 내부는 회전 공간이 확보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 시스템,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각적 경고등, 고정식 휠체어 고리 및 안전벨트 등이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다. 일부 국가는 냉난방 제어, 승하차 보조 기능, 저진동 서스펜션 등을 적용해 교통약자의 탑승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의 Paratransit 제도는 장애인을 위한 도어투도어 예약형 서비스로, 일반 교통요금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 영국의 Dial-a-Ride는 런던을 중심으로 장애인과 고령자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되며, 비도시지역은 Community Transport가 자선단체와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스웨덴은 Färdtjänst 제도를 통해 지방정부가 장애인을 위한 택시형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본은 복지유상운송제도를 통해 비영리단체가 리프트 차량을 운행한다 .

특히 비도시 지역에서는 수요응답형(DRT) 시스템이 보편적으로 도입되어 전화나 앱 예약을 통해 목적에 맞는 시간과 경로로 차량을 배차한다. 운영 주체는 지방정부뿐 아니라 지역복지기관, 자원봉사단체, 비영리법인 등 다양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특별교통수단 체계는 대부분 시·군 단위에 머물러 있으나 현실에서 장애인의 이동은 병원 진료, 직장 출퇴근, 교육, 사회활동 등을 포함해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생활권 단위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연계 체계가 부족하여 시 경계를 넘는 이동 시 추가 요금, 중복 예약, 승하차 불편 등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광역권, 도농 복합지역 등에서 이러한 불편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생활권 기반의 광역형 특별교통수단 운영체계 마련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지자체 간 협약 및 공동 예산 운영, 통합 예약 시스템, 광역 리프트 차량 배치 등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첫째, 국고보조금 확대를 통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도 법정기준 이상의 특별교통수단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 간 공동운영 체계를 구축하여 광역 단위에서 차량 운용, 예산 배분, 통합 예약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저상버스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자체별 도입 목표와 평가 지표를 마련함으로써 적극적인 정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넷째, 장애인 이동수요 기반 데이터에 근거한 실질적 운영 기준 재설정이 요구된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며, 이동의 자유는 곧 삶의 질과 직결된다. 지자체별 편차를 줄이고, 전국 단위의 보편적 교통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특별교통수단의 보급률을 법정기준 이상으로 확대하고, 저상버스의 도입을 촉진해야 한다. 둘째,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계획을 통해 농어촌 지역에도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을 보급해야 한다. 셋째, 민간 복지기관과의 협력모델을 활성화하여 지역별 특성에 맞는 운영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넷째, 휠체어 사용자와 고령자,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유형에 맞춘 차량 설계와 기술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한 교통권의 실질적 구현이라는 점에서, 보다 강력하고 세심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다. 다양한 장애유형과 생활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수단의 확충은 물론, 그 운영의 효율성, 접근성,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정비와 예산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교통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며,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삶의 터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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