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29일 서울 구로구 구로구민회관 대강당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들고 있다. 2025.05.29. jhope@newsis.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3/2025/05/30/NISI20250529_0020831288_web_20250529132632_20250530063020698.jpg?type=w860)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제21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들 사이에선 '투표 보조'를 거절 당하는 등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한국피플퍼스트 등 장애인권단체에 따르면, 사전투표 첫날이었던 지난 29일 발달장애인 2명이 서울 공덕동주민센터를 찾아 투표 보조를 받으려 했으나 거부 당했다.
발달장애인들은 투표용지에 나와있는 후보들의 이름만 보고서는 자신이 뽑으려고 염두에 뒀던 대상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고 한다. 손이 떨려 도장을 칸 안에 올바르게 찍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에 상당수의 발달장애인들이 가족이나 지인 등 조력인을 대동해 기표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는데, 이를 허용하지 않는 투표소들이 있는 것이다.
임효준 피플퍼스트광진센터 활동가는 "(공덕동주민센터) 관계자분께서 센터 조력자는 투표 보조가 안 된다고 했다"며 "선관위 관계자까지 함께 투표 보조를 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그것도 거절 당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사직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선 까다로운 기준 탓에 발달장애인이 조력을 받지 못 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뇌병변 장애와 발달장애가 동시에 있는 박연지씨가 손이 떨린다는 이유로 투표 보조를 요청하자, 투표소 측은 실제 투표용지보다 규격이 큰 시험용지에 직접 도장을 찍어보라 했다고 한다. 도장은 희미하게 찍혔지만 투표소에선 보조를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장애인차별금지연대 등 장애인권단체들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 5. 29.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news.pstatic.net/image/003/2025/05/30/NISI20250529_0001855994_web_20250529183240_20250530063020710.jpg?type=w860)
이처럼 발달장애인이 투표시 조력을 받기 힘든 이유는 선관위 지침 때문이다. 선관위는 지침을 통해 2016년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를 허용했다가 2020년 이를 개정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발달장애인은 신체적 장애를 동반하지 않으면 지원이 어렵다.
선관위는 관련 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은 시각 또는 신체장애가 있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의 경우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실제 선거 현장에선 융통성을 발휘해 발달장애인들의 투표 보조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같은 날 종로구보건소에 설치된 투표소에선 4명의 발달장애인이 모두 보조인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 무사히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발달장애인 1명에 현장 선거관리관 1명·보조인 1명 또는 보조인 2명이 붙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부설연구소 소장은 "지침은 지침대로 현장은 현장대로 일관적이지 않은 기준이 적용되면서 발달장애인들 입장에선 몇년째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공직선거법엔 투표권을 가진 사람이 최대한 투표를 잘 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지원하라는 조항도 있다. 즉 본인들이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의 문제"라며, "당장 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지침을 명확히 변경해서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권단체들은 대선 후보들이 내는 공보물과 공약집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전문용어, 외국어가 지나치게 많이 섞여 있어서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무적인 점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민주노동당에서 각각 28~29일께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를 배포했다는 점이다. 다만 10대 공약이나 장애인 분야 등 일부 범위에 그치고, 설명도 아직은 충분히 쉽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아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29일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요구' 기자회견에 나와 "저희의 요구에 대답하고 노력하고 있는 각 정당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저는 여성이자 노동자고 임대주택에 살며 오염된 환경에서 싶지 않은 청년이기도 하다. 제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 관련 공약만 보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발달장애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투표용지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은 작년 12월 발달장애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 소송에서 그림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하라고 판결했으나 선관위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